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 호치민 시, 도시의 어느 곳에서나 북적대는 삶의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에는 뭔가 활기를 돋우는 요소가 있다. 이국적임과 일상적임,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공존한다. 오토바이를 탄 젊은 직장 여성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하이힐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러시아워의 정체된 도로를 누빈다. 도시 전체가 요동치고 소란스러우며 부글거리며 연기를 뿜어내는 듯하다. 하지만 300년 역사의 이 북적대는 대도시에는 시간을 초월한 전통과 문화의 아름다움이 있다.
활력이 넘치는 이 도시는 베트남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상업과 문화의 도시이다. 생동하는 에너지와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하늘 높이 치솟는 고층빌딩과 거대한 쇼핑몰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공식적으로 이 도시는 여전히 '사이공'으로 불린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이공은 전체 도시의 일부 영역에 불과한 1군을 가리킨다.

팜응우라오, 데탐, 부이비엔 거리를 중심으로 알뜰 여행객 촌이 형성되어 있다. 통틀어 '팜응우라오' 라고 부르는 이 거리들과 인접한 골목들은 값싼 숙소, 식당, 바, 까페, 여행사 등이 모여 있다. 100여개 이상의 숙소들이 이 지역에 밀집해 있으므로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으나, 물론 제대로 된 방을 찾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여행자 거리는 호찌민 시에서 저렴한 간이식당이 많은 곳이다. 외국인 배낭 여행객이 베트남 사람보다 많아 오히려 현지인들이 메뉴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이 지역에서는 가능한 한 모든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듯 여러 가지 요리를 볼 수 있다.

밤이면 바의 어두운 조명과 항상 배낭 여행객들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로 북적댄다. 여기에 항상 분주한 여행자 까페의 풍경이 더해진다. 

외국인 거주자, 여행자에게 인기 만점인 펍과 바가 많아 방대한 맥주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칵테일과 펍 요리, 선곡이 훌륭한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한 바의 옥상이나 야외 좌석에 앉아 거리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구경해 보자.

1914년 프랑스인들이 이곳에 중앙 시장을 건설했다. 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의 중앙에 있는 둥근 지붕의 지름은 28m에 이른다. 종각과 시계가 달린 정문은 이제 호치민 시의 상징이 되었다. 이 시장과 그 주변 거리들은 이 도시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다. 호치민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여기에서 구할 수 있다. 이곳은 처음 쇼핑을 시작하기 좋은 곳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용품점도 꽤 많이 들어서 있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소매치기를 조심하고 가격은 반드시 흥정을 하도록 한다. 한가지 더 주의할 사항은 한 점포에서 여러개의 물건을 살때는 가격을 지불하기 전에 반드시 쇼핑백 안에 물건의 수량을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 쇼핑 후 돌아가는 길에 줄어든 물건의 수량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하자. 

저녁이면 이 시장을 둘러싸고 야시장이 형성된다. 저렴한 가격의 여러가지 기념품과 먹을 거리 가게들이 간이 천막을 치고 거리에 가득히 들어서서 눈과 코를 자극한다. 최근 새로이 생긴 '스트리트 푸드 마켓'도 같이 돌아보고 어느 곳이든 자리를 잡고 시원한 사이공 맥주와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져보자. 
 

1920년대 벤탄 시장의 모습

1963년 부패한 응오딘지엠 정부를 향한 반정부 시위때의 벤탄 시장 앞의 모습과 시위에서 희생된 비구니 꽉티짱의 사진

한때 '중국과 베트남전 범죄 박물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렀지만 중국인과 미국인 여행객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개명되었다. 호치민 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이다. 전시된 것은 미군이 사용하던 무기들과 프랑스인들이 베트민을 처형한 단두대, 미군의 잔학 행위를 입증하는 많은 사진들은 미군측에서 나온 것으로 끔찍한 미라이 학살 사건 자료도 포함되어 있고, 꼰썸섬에 베트콩 포로들을 가두기 위해 남베트남 군대가 사용한 악명 높은 호랑이 우리 모형이 있다. 그 외 전쟁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정보부가 사용하던 건물이다.

미군이 광범위하게 살포한 고엽제의 영향으로 태어난 기형아들의 사진과 전쟁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미군의 폭격과 네에팜탄으로 난도질 당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위 사진은 미군의 폭격에 옷에 불이 붙어 옷을 벗어 버리고 탈출하는 어린이를 찍은 사진으로 플리쳐상 보도부문을 수상한 사진이다. 당시 어린 여자 아이인 김푹 여사는 그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현재 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다.

1868년에 이자리에 프랑스령 코친차이나 총독 관저가 지어졌고 이후 점차 확장되어 노르돔궁이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떠나자 남베트남 응오딘지엠 대통령이 이곳을 차지했다. 지엠은 증오의 대상이어서 1962년에는 휘하의 공군대원이 그를 암살하고자 궁전을 폭격하는 일이 있었다. 암살은 실패로 끝났고,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 새 저택을 짓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지하에 대규모 대피소가 마련됐다. 공사는 1966년에 완료되었으나 지엠은 1963년에 군인들에게 암살당해 결국 꿈에 그리던 집을 보지 못했다. 새 건물은 독립궁이라 명명되었고, 1975년 허겁지겁 떠나기 전까지 응우엔반티우 대통령이 이곳에 살았다. 파리에서 공부한 베트남 건축가 응오비엣투가 설계한 건축물로 1960년대 건축의 대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75년 4월 30일 아침에 사이공에 도착한 최초의 공산군 탱크들이 진격해 들어간 곳으로, 강철 대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 한 병사가 건물 4층 발코니로 뛰어 들어가 베트콩 깃발을 내걸었다. 불과 43시간 전에 국가 원수가 된 즈엉반민 장군은 화려한 2층 접견실에서 임시 각료들과 베트콩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당신에게 권력을 이양하고자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소."라고 베트콩 장교에게 말하자 "당신이 권력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니까."라고 베트콩 장교는 말을 했다. 과거의 시간 속에 멈춰버린 듯한 통일궁은 오늘도 옛날 긴박했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대통령궁 4층 무도회장과 테라스가 있는 뒤편으로 붙어 있는 대통령관저 3층 옥상에는 작동하지 않는 헬기 한대가 아직도 있다. 이 건물의 가장 흥미로운 것은 터널망, 통신센터, 훌륭한 베트남 지도가 벽에 걸린 작전 상황실을 갖춘 지하실일 것이다.  

1877년부터 1883년까지 건립되었으며 정부 청사 구역 한복판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빨간 벽돌로 지었고 쇠로 된 첨탑이 얹힌 40m 높이의 두 사각탑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신로마네스크 양식이다. 다른 대성당과는 달리 호치민 시의 노트르담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없다. 2차 대전 중 전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보기 때문에 사제들은 베트남어 강론 끝에 짧게 프랑스어나 영어로 덧붙이기도 한다.

대성당 앞 중앙 우체국이 면한 광장 중심에 성모상이 있다.

대성당의 우측면과 뒷면, 그리고 시내 중심가를 보고 대성당 뒷쪽 위에서 본 모습. 뒤에서 본 기준으로 대성당 왼쪽에는 중앙 우체국이 오른쪽으로는 공원을 지나서 대통령궁이 가까이에 있다

프랑스풍의 중앙 우체국은 유리로 덮은 철근 구조물로 노트르담 대성당 바로 옆에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886년부터 1891년까지 지어진 이곳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며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들러보아야 한다.

고객들은 호치민이 인자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우편과 통신 용무를 본다.

호치민 시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자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구 식민시대 시청 건물에 호치민 시 인민위원회가 있다.몇년 동안 프랑스인 특유의 건축 논쟁이 벌어진 뒤 1901년부터 1908년까지 건축된 건물이다. 응우엔훼 거리 북서쪽 끝, 사이공강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는 이 옛 건물은 정원, 화려한 외관,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빛나는 우아한 실내 장식으로 유명하다. 여행객들이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에 배경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건물이기도하다. 유감스럽지만 외관만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내부에 들어가 보려는 여행객들의 요구는 무참히 거절당한다.

응우엔훼 거리에서 바라 본 인민위원회 건물의 야경

인민위원회 앞의 공원과 사이공강 쪽으로 보이는 응우엔훼 거리 모습

인민위원회 앞에서 사이공강 까지 이어지는 이 거리는 예전에는 인민위원회 앞 공원을 제외하고는 도로 전체에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였으나 최근 몇년전에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을 벤치마킹하여 도로 양쪽 일부만 차가 다니고 가운데 부분을 광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마음것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과 브레킹 댄스를 뽐내는 댄서들, 버스킹을 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어우러져 자유를 만끽하는 광장으로 변한다. 자연스럽게 주변 건물에는 까페들이 가득 들어서서 까페거리로 불리기도한다. 그리하여 이곳의 임대료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는 얘기. 

한가롭고 편안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응우엔훼 광장에서 바라본 인민위원회 한 낮의 모습과 야경의 모습

응우엔훼 거리 동편의 바로 옆으로 평행히 있는 동커이 거리에 있는 호찌민 시 대극장이다. 프랑스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오페라하우스에 호치민 시 발레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상주하며, 초청 예술가들의 공연도 펼쳐진다.

호치민 시 서편에는  큰 시장이라는 뜻으로 쩌런이라 부르는 중국인 거주 지역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전에 비해 중국색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1978~9년에 전개된 반자본주의 및 반중국 운동이다. 그로 인해 자금과 사업 수완을 보유한 중국인들이 대거 이 나라를 등지고 떠났다. 이 때 떠난 이들과 더 많은 중국계 사람들이 최근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쩌런의 호텔들은 물론 도심의 호텔들에서는 다시 중국어로 얘기하는 사업가들로 북적 거린다.

쩌런을 대표하는 시장 빈떠이 시장은 중국 양식으로 가운데에 큰 시계탑이 있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도매 거래가 주를 이룬다.

쩌런에는 중국식 사원이 많지만 베트남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당을 소개한다. 19세기말에 지어진  짜땀 성당은 흰색과 파스텔톤의 노란색을 사용한 매력적인 건물이다. 탑에는 중국 출신의 사이공 대주교 프랑수아 자비에(1855~1934)의 상이 있다. 이 성당은 많은 중국계 신도들이 다니는 매우 활기찬 곳이다. 응오딘지엠 대통령과 그의 동생 응오딘누는 쿠테타가 일어나자 대통령궁을 떠나 1963년11월2일에 이곳 짜땀 성당으로 숨어들었다. 얼마되지 않았던 추종자들과의 접촉 시도가 실패하자 이 형제는 무조건 항복하고 은신처를 알려주기로 합의했다. 쿠테타 지휘자들은 이 성당으로 장갑차를 보내 두 사람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이공 도심에 도착하기도 전에 군인들이 정면에서 총을 쏘아 죽이고 시신을 난도질했다. 이들의 사망 소식이 라디오로 알려지자 사이공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두 사람의 초상화는 찢겨나갔고 고문을 당했던 수많은 정치범들이 석방되었다. 응오 형제의 보수적인 카톨릭 신앙 때문에 문을 닫았던 나이트 클럽도 영업을 재게했다. 3주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케네디 행정부가 반 지엠 쿠테타를 지원했기 때문에 지엠 가족이 보복으로 케네디를 살해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호치민 시를 가로 지르며 흐르는 사이공 강은 보트 투어를 할 수 있다. 사이공 강을 배로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메콩 삼각주의 장엄한 운하 여행에 비할 수는 없다. 인원에 따라 작은 보트와 큰 보트 두가지로 구분된다. 낮선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라이브 공연과 선상 뷔페 디너 식사를 하면서 시원한 사이공 강의 야경을 즐기는 디너 크루즈를 체험해보자. 낭만적이고 즐거운 밤이 될 것이다.

사이공 강에는 사이공과 붕따우를 왕복하는 페리선과 수상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